손바닥글쓰기 소설 쓰는 밤. 2011/03/21 02:40 by 단단한 무덤

오랜만이다. 노트북으로 소설을 썼다. 그동안 손으로 썼던 글을 노트북으로 옮겼다. 한글 파일 겨우 한 페이지 반 정도 나왔다. 쓸 땐 몰랐는데(아니 알고 있었을지도) 쓸데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아 몇 단락을 빼버렸다. A4 열장 정도 나와야 소설 한 편 될텐데 나머지는 언제 쓰지?

야식으로 라면도 먹었겠다, 창작에 불꽃을 피우면 좋으련만, 내일 회사에서 일할 생각을 하면 나는 얼른 자야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소설이고 뭐고 없다. 내일 야근만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금요일날 일을 벌려놓았으니 내일은 무조건 야근이다. 야근한 날 저녁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핑계 같지만 정말이다. 그렇다고 야근을 하지 않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현재 업무에 새 업무까지 추가되었다. 내 손이 엄청 빠른 것도 아니고 일하는 습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내일은 8시에 집에 오면 빨리 오는 거다.

이 글도 그만 쓰고 자야겠다. 어쩔 수 없다. 나는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니까. 생활 없인 소설도 없다. 잊지 말자.

스크랩기사 [김혜리가 만난 사람] 문학평론가 신형철 2011/03/07 08:47 by 단단한 무덤


단단한 책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다 2011/02/27 11:12 by 단단한 무덤

남들은 일주일만에 『1Q84』를 읽었다고 하던데 나는 이주 동안 읽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운 탓도 있다.

하루키의 팬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더군다나 베스트셀러가 아닌가. 재밌기는 했지만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특히 2권에서 많이 지루했다. 아오마메와 리더가 맞닥뜨리는 장면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의 입을 통해 내용을 전개시키기보다는 다른 인물을 통해 추리식으로 전개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덴고와 우시카와에게 연민이 많이 갔는데 우시카와가 죽게 된 것은 아쉬웠다. 조금 더 많이 활약하기를 빌었다. 꼭 죽여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게 우시카와의 운명인걸. 덴고가 지쿠라 요양원에 가서 아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좋았다. 머릿속에 잘 그려졌다.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와 화해를 했다는 점에서 그 나름 뜻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비록 이주 정도 밖에 같이 있지 못했고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로서는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아버지의 유일한 법정상속인으로서 역할을 잘 소화했다.

4권은 언제 나올까. 열일곱살이라는 다마루의 딸, 덴고와 아오마메의 아이, 문을 두드린 NHK수금원, 후카에리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았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정말 1Q84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인지 궁금하다. 일단 달이 하나 떠 있다고는 했지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간 것인지 전혀 다른 세계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나는 에비스노 선생이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선구 교단의 우두머리는 에비스노 선생일 거야, 라고 추측하며 소설을 읽었다. 아직 모르겠다. 교단에 대한 비밀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4권에서는 모든 비밀이 밝혀질까. 아니면 5권이 나올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더라면 비교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많이 아쉽다. 빠른 시일내에 읽어야겠다. 빅 브라더라는 인물이 무척 궁금하다. 안톤 체홉의 소설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전에 읽다 말았다. 체홉의 소설에서는 '권총'이 정말 발사되었는지 알고 싶다.


독서일기 2011 멋진 하루 / 다이라 아즈코 2011/02/14 02:02 by 단단한 무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연보라색 테두리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로 먼저 만난 작품이라 원작을 읽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읽기로 결정했다. 단편집이니까 ‘멋진 하루’만 빼고 읽어도 무방했다.

감동이나 깨달음이나 위로를 이 소설에서 얻기 바란다면 나는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무언가’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친다면 그는 분명 실망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펼칠 때만 책은 진가를 발휘한다. 책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책 속에 놓인 주인공의 상황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독자의 눈을 확 끌어당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은 재밌다.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해피엔딩이나 성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좌절과 안타까움도 있다. 다른 소설과 달리 죽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뜬다거나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죽어가던 사람은 예정대로 죽고 어려운 부탁은 역시 어려워서 들어주지 못한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절대 과장하지 않았다.

작가의 시선이 너무 평범하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대부분 소설 속의 인물들은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이 많다.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보다 훨씬 많다. 성실한 사람이 많다. 우리가 하는 걱정은 큰 걱정이 아니다. 일반인 중에 국가의 미래나 우주전쟁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밖에서는 주식이나 경제로 골머리를 앓아도 집에 돌아오면 뭘 먹을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는 게 전부이다. “멋진 하루”는 그런 우리의 일상을 그려냈다. 친정 식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주부는 여전히 관계가 나아지지 않고 불륜을 저지른 상사는 불륜이 알려질까 두려워하고 회사에서 잘린 여자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다른 직업을 얻지 못한다.

나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동화는 ‘왕자와 공주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에 골머리를 앓고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 살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사러 다녀야 한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면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는 순간 인생이 끝나야 한다.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천국으로 가야 한다. 현실 속 부부는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신혼여행을 갔다 온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일상이다. 신혼생활도 처음엔 즐겁지만 계속되면 상대가 지겨워지고 때론 지지고 볶으면서 심할 땐 이 사람과 떨어져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그래서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다. 운이 좋으면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 결혼에 골인할 수 있지만 결혼생활까지 그 운이 계속 따라줄까. 가끔 찾아오는 운은 행복이 될 수 있지만 그 운이 계속 유지되기 위한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언젠가 찾아올 행운을 유지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다보면 운이 저절로 찾아올지 모르지만, 나는 언젠가 찾아올 운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운이 계속 된다면, 그게 곧 행복일 테니까.

내게는 아무 할 일 없이 이불 속에 있는 휴일이 ‘멋진 하루’이다. ‘멋진 하루’의 의미는 각자 다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놀이공원에서 놀거나 멋진 휴양지에서 쉬는 날이 멋진 하루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 중 내게 ‘멋진 하루’가 더 많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다른 이들에게도 많이 찾아갔으면 좋겠다. 우선 오늘이 당신과 나에게 ‘멋진 하루’였으면 좋겠다.


단단한 책장 외국 여자 작가의 소설이 없다. 2011/02/13 03:24 by 단단한 무덤

내가 갖고 있는 책을 세어봤다. 약 이백여 권정도 되었다. 더 많았는데 이사오면서 많이 버렸다. 내 나름대로 필요한 책과 필요하지 않은 책을 구분했다. 문예지는 폐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갖고 오기 너무 무거웠다. 철새로 떠돌아다녀야 하기에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책을 버리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버릴 자격이 있나.

가져와야 하는데 잊고 갖고 오지 못한 책도 많다. '어? 그 책 어디로 갔지? 하면서 박스를 뒤졌는데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지민의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신경숙의 "외딴방" 등등. "자기만의 방"은 아지 읽지도 않았다...... 최승자 첫 시집이랑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샀는데 사자마자 잃어버렸다. 머리가 장식이냐고 묻던 친구가 떠올랐다.

어제 유독 '외국 여자 소설가의 소설'이 읽고 싶어서 책장을 살폈다. 놀랐다. 책장에는 온통 남자 작가들의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자 작가들의 책도 있었지만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작가의 성별에 따라 책을 읽거나 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외국 여자 작가가 쓴 소설은 열 권도 되지 않는다. 여덟, 아홉권 정도 되려나? 그것도 한권 빼고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다. 아멜리 노통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노통의 소설을 그토록 샀던 걸까. 그 중 네 권은 선물 받았다. 노통을 소설을 제외한 한 권의 소설은 다이라 아즈코의 "멋진 하루"라는 소설이다. 작년에 대학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샀던 책이다. 그때는 별 생각 없이 샀다. 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잘한 짓이었다. 이 소설마저 없었다면 나는 내게 엄청 실망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나마 내게 위안을 준다.

그때 대학로에서 샀던 책은 이지민의 "모던보이", 필립 빌랭의 "포옹", 다이라 아즈코의 "멋진 하루" 세권이었다. "멋진 하루"를 산 걸 본 지인이 이 책 재미없다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지금 마지막 부분 읽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이 꽤 마음에 든다. 재밌고 일본인 특유의 따스함, 긍정, 웃음 등이 소설 속에 있다. 전형적인 일본 소설이라 마음에 든다. 문장이 단순하고 말랑말랑해서 간지러운데 이런 느낌이 꽤 오랜만이라 기분좋았다.

중요한 건 작품이다. 작가의 국적이나 성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왜 외국 여자 작가 소설을 소장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문학계가 아직 보수적이라서? 내가 아는 외국 여자 작가가 없어서? 작품 보는 눈이 부족해서? 이유는 많을 것이다. 다행히 한국 여자 작가들 소설은 조금 소장하고 있다. 열심히 읽자. 여자 작가의 글이든 남자 작가의 글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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